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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마이클 무어

  <다음 침공은 어디?><로저와 나>, <화씨 9/11>, <식코> 등을 제작한 사회비판 다큐멘터리의 대가 마이클 무어의 작품이다. 미국 국방부의 요청으로 마이클 무어가 다른 나라에 침공해서 그 나라의 장점만을 훔쳐 미국으로 가져온다는 엉뚱한 컨셉이다. 마이클 무어다운 해학과 풍자가 여전하고, 우리 사회가 지금 고민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는 영화이다. 마이클 무어가 침공한 유럽 9개국들도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그들도 제각각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9개국의 장점만을 영화에서 소개하는 것이 찬양이 아니라, 이번 침공의 목적이 장점을 찾는데 있기 때문이라고 마이클 무어는 말한다.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역사, 교육, 인권, ,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클 무어가 훔친 장점들은 우리나라에도 훔쳐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1년에 최대 80일 유급휴가에 13월의 월급을 받는 이탈리아. 점심단가가 미국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미슐랭 3스타급 영양만점 학교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숙제가 없는 교육수준 세계1위 핀란드. 무상대학교육으로 학자금 대출자가 없는 슬로베니아. 어두운 과거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는 독일.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도와 재범률 최저를 기록하는 용서의 나라 노르웨이. 세계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선출하며 양성평등에 앞장선 아이슬란드. 마이클 무어가 침공한 나라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기꺼이 내어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인정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하냐는 마이클 무어의 질문에 침공당한 나라들의 관계자들은 아이디어는 이미 미국에도 있다고 말한다. 단지 그것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고 변질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오늘날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성장이 중요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놓친 것들이 많다. 노동자의 복지, 인권, 가족의 행복, 성적이 아닌 아이의 교육 등. 꿈은 꾸지만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실현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가장 문제가 아니었을까 반성도 하게 된다.

  <다음 침공은 어디?>영화를 통해 마이클 무어의 침공에 동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제도, 정책과 같은 전리품도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생각해내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야 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교육수준 세계 1위 핀란드의 교사들은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깨우치고 찾는 곳. 한 수학 교사는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려고 해요. 타인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라고요.” 이런 생각을 가진 교사들과 교육관계자들 덕분에 표준화된 시험은 교육이 아니며, 숙제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아이들의 자유로운 방과 후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핀란드의 교육관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건강한 노동환경,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독일의 한 연필 공장은 오후 2시면 모든 직원이 퇴근하고 그 후에는 개를 산책시키거나, 친구들을 만나 카페를 가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사회의 절반은 반드시 노동자가 참여해 사측이 잘못할 때 제 목소리를 낸다. 이 모든 것들이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길게 보면 이게 더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이탈리아의 한 회사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면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2시간동안 식사를 한다. 1년에 최대 80일 유급휴가도 인정받는다. 이 회사 CEO는 회사의 이익과 직원의 복지는 충돌하지 않고, 휴가를 잘 다녀와야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고 말한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보면서 효율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결과를 내려는 효율성을 우리나라도 강조해 왔다. 덕분에 빠른 산업화와 고속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효율성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야근을 당연시하고 휴일을 반납하고 휴가 없이 일하는 것이 성실함, 효율성의 척도가 되는 사회는 단기적인 성과는 얻을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는 없다.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때 효율성은 더욱 극대화되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음을 이탈리아와 독일은 보여준다. 이런 복지가 저절로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선배 노조원들이 핍박 받고, 투옥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운 덕분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과 사용자 모두 효율성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구성원들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효율성이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30년 동안 굳건하던 베를린 장벽이 하룻밤에 무너지고, 만델라가 27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이클 무어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그렇구나! 무슨 일이든 가능하구나!’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시간의 힘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날 문득 불가능이 가능이 된 아침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침공을 마치면서 마이클 무어는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고, 그것을 실행할 능력도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이런저런 핑계로 불가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미뤄뒀던 일들을 세계 어딘 가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덕분에 현실화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 부패권력을 폭력 없이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교체한 촛불의 힘. 마이클 무어가 우리나라에 침공한다면 훔쳐가고 싶은 힘이 아닐까? 정치뿐만 아니라 교육, 행정, 경제,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서로 공감한다면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제도와 가치관도 정착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마이클 무어의 유머와 재치로 친근하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어른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영화이다. 함께 보고,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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