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번식한 메뚜기 떼가 홍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아라비아반도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메뚜기 박사 마에노 울드 고타로. 메뚜기 떼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도망가기 바쁜데 그는 만세를 부르며 메뚜기 떼를 향해 돌진한다. 심지어 어릴 적 꿈이 메뚜기에게 먹히는 것이란다.
어린 시절 읽은 책 한 권이 그를 메뚜기 박사로 만들었다. 그 책은 초등학생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파브르 곤충기>. 어떤 위인보다 소년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마음을 사로잡은 곤충학자 파브르를 따라 그는 곤충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대학학부 4년, 대학원 석사과정 2년, 메뚜기를 연구한 박사과정 3년.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메뚜기 연구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고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그런데 그때 뉴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에 나타나 농작물을 모조리 망친 메뚜기 떼! 마에노 울드 고타로는 아프리카의 대규모 메뚜기 떼를 연구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면 평생 메뚜기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그가 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때는 최악의 가뭄으로 이미 메뚜기 떼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메뚜기 연구를 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학계의 비난과 창피를 무릅쓰고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를 하며 메뚜기 연구를 홍보한다. 그러자 그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선물과 관심이 아프리카로 날아왔고 강연회,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메뚜기 떼를 만나 연구 성과와 남다른 열정을 인정받아 현재 일본 국립농립수산업연구센터에 5년 기간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5년 안에 성과를 올리면 종신고용이 약속된 곤충학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라비아반도를 습격한 메뚜기 떼를 제압하러 메뚜기 박사 마에노 울드 고타로는 또 달려갔을까. 꿈과 현실을 저울에 달았을 때 나이가 들수록 현실의 무게가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꿈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에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괴짜 메뚜기 박사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똘기 충만한 용기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자신의 꿈을 선택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삶은, 성취에 도달한 순간뿐만 아니라 과정에서 이미 가치 있다. 그가 아프리카의 메뚜기 떼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인정받아 걱정 없이 메뚜기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행복한 곤충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