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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는 진심이 필요하다

  “당신 척추와 자궁 값은 얼마죠?” 크롬유출 사고 피해보상을 위해 찾아온 PG&E회사 측 변호사에게 던진 에린(줄리아 로버츠)의 질문이다. 피해자들의 피해상태라든가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고려 없이 물건 가격 정하듯 피해보상액을 정하려는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변호사들의 사무적인 태도는 PG&E 회사 측 변호사뿐만 아니라 에린과 같이 일하는 파트너 변호사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의뢰인을 대할 때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사무적인 절차에만 집중한다. 이 때문에 의뢰인들은 변호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비록 변호사 자격증은 없지만 의뢰인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대하는 에린을 신뢰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진심 없이는 신뢰도 없고 진정한 반성도 용서도 있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에린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도 그녀의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돈벌이를 위해 막무가내로 시작한 변호사 사무소 일이었지만 크롬 유출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함께 아파하고 그 마음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미국역사상 유래 없는 최대 규모의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변호사는 사건을 맡아서 수임료를 받고, 회사도 소비자를 상대로 이익을 낸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이 결코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의미는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해 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고 경제적 이익은 그 결과 따라오는 것이다.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이익창출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의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여기에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회사의 이익은 그것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반드시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자에서는 是以聖人 後其身 而身先 外其身 而身存 非以其無私耶 故能成其私라고 하였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려 할 때 오히려 자신이 보존되는 것처럼 경제적 이익은 그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얻을 수 있는 것 이다. 결국 진심 없는 태도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하면 이익도 얻지 못하고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의뢰인의 신뢰를 얻지 못한 변호사들과,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하면서 이익을 내려다 결국은 엄청난 보상을 하게 된 PG&E회사처럼 말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반성을 하는 것도 결국 진심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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